🎬 영화 리뷰: “죽어도 다시 태어나는 인간, 그게 정말 축복일까 – 봉준호의 가장 냉혹한 SF” '미키 17'(2025)

우리는 흔히 ‘대체 가능하다’는 말을 가볍게 씁니다. 하지만 만약 그 말이 문자 그대로 적용되는 인간이 있다면 어떨까요? 〈미키 17〉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에도 웃음과 불편함 사이, 그 애매한 경계에서 관객을 멈춰 세웁니다.

🎞 영화 소개
- 영화 제목: 미키 17
- 원제: Mickey 17
- 개봉: 2025년
- 장르: SF, 드라마, 블랙코미디
- 감독: 봉준호
- 출연: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예상)
- 설정 요약:
영화는 ‘소모용 인간’이라 불리는 존재, 미키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위험한 임무를 대신 수행하다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어 돌아옵니다. 문제는, 어느 날 미키 17이 아직 살아 있는데 미키 18이 출력되면서 시작됩니다.

🍿 영화 리뷰
〈미키 17〉은 어렵지 않습니다.
SF 설정이 있지만 이해를 요구하지 않고, 철학을 말하지만 공부를 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상황, 왠지 익숙한데?”라는 느낌이 먼저 옵니다. 그게 이 영화가 무서운 지점입니다.
미키는 영웅이 아닙니다. 능력도 특별하지 않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도 없습니다. 그저 죽기 싫고, 아프기 싫고, 조금이라도 덜 위험한 삶을 원할 뿐입니다. 그런데 그 소망조차 허락되지 않는 존재입니다. 죽으면 다시 출력되니까요.
그래서 이 영화는 초반부터 묘하게 웃깁니다. 죽음이 일상이고, 복제가 당연하며, 주변 인물들은 미키의 죽음을 너무 쉽게 받아들입니다. 관객은 웃지만, 웃음 뒤에 남는 감정은 꽤 씁쓸합니다.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는 이 영화의 체온을 결정합니다. 그는 감정을 크게 폭발시키지 않습니다. 대신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는 인간의 표정”을 아주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덕분에 관객은 미키를 ‘불쌍해서’가 아니라 ‘비슷해서’ 보게 됩니다.
이건 대중 영화로서 굉장히 중요한 선택입니다. 연민이 아니라 공감이 따라오니까요.
중반부, 미키 17과 미키 18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집니다. 여기서부터는 거의 블랙코미디에 가깝습니다. 두 미키의 미묘한 성격 차이, 생존 본능,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웃기면서도 묘하게 현실적입니다. “같은 나라도, 상황이 바뀌면 이렇게 달라진다”는 걸 보여주거든요.
이 지점에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그럼 진짜 미키는 누구지?”
영화는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않습니다. 대신 더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굳이 진짜가 필요할까? 어차피 쓰고 버릴 건데.”
여기서부터 영화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색을 짙게 드러냅니다. 이 영화가 복제 인간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국 말하고 싶은 건 노동, 계급, 소모되는 인간입니다. 미키는 실험체이자 일회용 인력이며, 시스템 입장에서는 ‘비용 대비 효율이 좋은 존재’일 뿐입니다.
이 설정은 과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를 아주 살짝만 밀어낸 형태에 가깝습니다.
전문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미키 17〉은 봉준호 영화 중에서도 메시지가 비교적 직설적인 편입니다. 〈기생충〉처럼 은유를 겹겹이 쌓기보다는, 관객이 놓치지 않도록 방향을 명확히 제시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질문보다는 판단에 가까운 태도를 취합니다.
이 선택은 분명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직진성이 오히려 지금 시대에 어울린다고 봅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애매함 속에서 소비되고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인간의 ‘존엄’을 말하면서도 인간을 이상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미키는 선하지도, 용감하지도 않습니다. 상황이 바뀌면 이기적으로 변하고, 타협하며, 때로는 비겁해집니다. 봉준호는 이 점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게 인간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존중받아야 하지 않느냐.”

결국 〈미키 17〉은 거창한 SF가 아니라, 아주 현실적인 영화입니다.
보고 나면 “와, 대단하다”보다는 “이거… 좀 찜찜한데?”라는 감정이 남습니다. 그리고 그 찜찜함이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봉준호 영화가 늘 그래왔듯, 이 작품 역시 관객을 편하게 보내주지 않습니다.
그 불편함 자체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과입니다.

✍️ 영화 한 줄 평
“죽음이 가벼워진 사회에서, 가장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
〈미키 17〉은 재미로만 소비할 영화는 아닙니다. 보고 나면 반드시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나는 과연 대체 가능한 존재인가?
봉준호 감독은 이번에도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꽤 오래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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